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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들(물레)

  • 저자바르베 도르빌리 (지은이), 고봉만 (옮긴이)
  • 출판일2009년04월22일
  • ISBN/ISSN9788988653272
  • 정가 11,000 원
  • 판매가 11,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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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천상의 순결함과 모호한 악마성을 지닌 모순의 존재여! 물레출판사에서 19세기 프랑스 문학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바르베 도르빌리(Jules Barbey d'Aurevilly, 1808?1889)의 『악녀들』을 출간했다. 이 소설은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한 작가이자 날카로운 안목과 불의 혓바닥을 지닌 문학평론가로 맹활약하던 도르빌리가 1874년 발표한 작품집이다. 사교계 남성이나 귀족 여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도르빌리 소설의 특징은 일상에서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인간의 사악한 본성, 순간적으로 포착되는 악마적 속성을 살짝 열려진 창틈으로 들여다보듯 파헤치는 데 있다. 물레에서 출간한 『악녀들』은 그런 작가적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집으로, 천상의 순결함과 악마의 모습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인간, 그 인간의 본성을 포장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드러낸 그의 대표작이다. 발표되자마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소설 이 소설집에는 원래 '휘스트와 히든카드''진홍빛 커튼''돈 후앙 최고의 사랑''죄악 속에 꽃핀 행복''무신론자들의 저녁식사''어느 여인의 복수극'등 여섯 편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한 한국어판은 작품의 완성도와 독자의 취향을 고려해 '진홍빛 커튼''죄악 속에 꽃핀 행복''어느 여인의 복수극'등 세 편을 엄선해 수록하여 그의 소설미학을 압축적으로 맛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작가는 애당초 이 소설집 제목을 『대화의 반향Ricochets de conversations』이라고 정하려 했다고 한다. 1848년부터 '휘스트와 히든카드?를 쓰기 시작하여 1850년에 『라 모드』라는 신문에 발표하면서 소설의 기법을 강조하는 제목을 전면에 내세우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1866년경 악과 유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악녀들』로 제목을 바꾸어 독자들의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새로운 여성적 전형을 창조한 『악녀들』은 1874년 출간되자 큰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비평가들의 의견은 양분되어 책은 재판에 회부되기에 이른다. 표면적인 부도덕성 이면에 진정한 도덕성에 향한 열망이 감춰져 있다고 해석하는 비평가도 있었지만, 악을 미화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초판본 480권이 압수되는 수난을 겪었다. 1882년에 이르러서야 책을 다시금 출판할 수 있었다. 이후로도 『악녀들』의 수난은 끝나지 않아서, 오랫동안 금서로 지정되어 독자들의 머릿속에 “이 소설은 읽어선 안 된다!”는 붉은 가위표가 쳐져 있었다. 이런 사정이 바뀌게 된 계기는 1980년대 접어들어 『악녀들』의 내용이 프랑스의 각종 입시에서 시험문제로 출제되고 나서부터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오늘날 『악녀들』은 갈리마르의 문고판 시리즈인 ‘폴리오 문고’로 출간될 만큼 널리 읽히는 고전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한국어판의 저본 역시 2003판 폴리오 문고판을 사용했다. 악마 같은 여자들을 모아 작은 박물관을 만들고 싶었노라! 바르베 도르빌리는 『악녀들』의 서문에서 “악마주의적 본성을 지닌 여자들을 모아 작은 박물관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한 악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누가 악녀란 말인가? 이 질문에 작가는 스스로 이렇게 답하고 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자들이 ‘악녀들’이 아닐 근거가 있을까? (…) 악마도 원래 천사였다. 다만 하늘에서 고꾸라진 채 떨어진 천사란 게 다를 뿐이다. 그러고 보면 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도 악마처럼 머리는 밑에 있고 나머지는 저 위에 있지 않은가! 천진하고 정숙하고 순결한 여자는 여기에 없다. 괴물도 별종 괴물로, 예민한 감각과 아주 희박한 도덕성을 가진 여자들이다.” 이 악녀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상징이 작가가 소설들 속에서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스핑크스일 것이다. 당시 환상주의 계열로 분류되는 일군의 화가들 가운데 ‘페리시앙 롭스Felicien Rops’는 아예 도르빌리의 악녀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어 직접 그림을 그려 남기기도 했다. 바르베 도르빌리는 작가로 활약하면서 또한 <르 콩스티튀시오넬>지의 핵심 문학평론가로서 날카로운 필봉을 휘둘러 빅토르 위고나 에밀 졸라 같은 거장들을 가차 없이 공격하여 사방에 수많은 적을 만들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의 용기 있고 당당한 문학적 태도에 매료된 숱한 추종자를 양산하기도 했다. 인간의 속악함과 몰취미를 고발한 공포소설의 선구자 문학사에서 도르빌리는 19세기 환상문학의 문을 연 작가로 언급되곤 한다. 하지만 그의 소설을 직접 읽어본 이라면 이런 상식적인 분류에 만족하지 않으리라. 그의 소설적 목표는 몰락해가는 귀족주의와 더불어 태동한 부르주아 계급의 허위와 기만, 거짓과 위선을 고발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귀족주의를 옹호하거나 신흥 부르주아 계급을 폄하한 것도 아니다. 그의 관심은 인간이었고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었다. 그 이중성과 속물성을 까발리는 것이 그의 숙제였다. 온갖 꾸밈을 벗겨내고 인간의 참모습을 당당하게 드러내기. 이것이 어쩌면 그의 작품이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일 것이다. 그는 뛰어난 문학평론가이기 이전에 성실한 작가였고, 작가이기 이전에 멋진 생을 꿈꾼 진지한 댄디였다. 그는 『조지 브러멀과 댄디즘에 대하여』란 책을 통해 당대 현실과 인간을 노골적으로 야유하면서, 단순한 몸단장이나 겉멋만 뜬 생활태도를 넘어 미학적이고 윤리적이며 동시에 종교적인 ‘깊은 댄디즘’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 맥락에서 그는 당시 거의 주목하지 않던 보들레르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퇴폐적인 감상주의자이자 자기 생활을 돌볼 수 없는 금치산자 보들레르가 아닌 날카로운 눈으로 인간 내면의 모호한 측면을 똑바로 응시하여 순결하고 악마적인 인간의 아름다운 모순을 간파한 작가 보들레르를 알아본 것이다. 바르베 도르빌리의 작품들이 품고 있는 수많은 씨앗들 『악녀들』은 그동안 꾸준히 여타 예술 장르에도 무수한 영감의 매개로 작용했다. 가장 비근한 예로 영화과의 관계를 들 수 있다. <까마귀> <공포의 보수> 등으로 유명한 클루조Henri-Georges Clouzot 감독이 1955년에 ‘악녀들’이란 제목으로 바르베 도르빌리의 악마적인 여성상을 빌려 영화화한 이래, 이 영화는 두 차례나 다시 만들어져 관객들에게 서늘한 심리적 공포를 안겨주기도 했다. 클루조의 영화는 “하나의 묘사는 비극적이고 혐오감을 줄 때 늘 교훈적이다”라는 도르빌리의 문장으로 시작되고 있다. 또한 <팻걸> <섹스 이즈 코미디>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여성주의 감독 카트린느 브레이야Catherine Breillat는 2007년에 도르빌리의 작품 『늙은 정부』를 각색한 동명 영화로, 묘하게 비틀려 지속되는 남녀 관계의 파란만장한 서사를 통해 그만의 개성적인 세계를 선보인 바 있기도 하다. 오랫동안 도르빌리의 애독자였다는 그녀는 심지어 자신이 그의 환생이 아닐까 싶다고 할 만큼 이 19세기 작가의 세계에 깊이 빠져 있다고 한다. 이처럼 오늘날까지 19세기의 거장 도르빌리는 끊임없이 다시 조회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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