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사랑(춘원 이광수전집 17)

  • 저자이광수
  • 출판일2019년 9월 28일
  • 페이지수744면
  • 판형148*210(양장)
  • ISBN/ISSN979-11-6395-048-6 04810
  • 분야최주한 감수
  • 역자최주한 감수
  • 정가 34,000 원

이전페이지

 

이광수의 또 하나의 전향서

 

『사랑』은 1938년 10월과 이듬해 3월 박문서관에서 전편과 후편으로 나뉘어 단행본으로 간행된 전작 장편소설이다. 1938년 봄 이광수는 병석에 누워 단편 「무명」을 구술로 끝낸 후 이 작품 집필에 착수하여 후편을 탈고한 것이 12월이니, 구상에서 집필까지 채 1년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 『사랑』 전편은 초판이 간행된 지 엿새 만에 1,000부가 팔리고 불과 두 달 만에 2,000부의 초판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당대 독자들의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사랑』은 기본적으로 애정 서사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의사 안빈과 시인 허영이라는 두 남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진정한 사랑을 추구하는 여주인공 순옥의 이야기가 서사의 중심에 놓여 있다. 안빈의 감화를 받아 오랫동안 그를 사모해온 순옥에게는 학생 시절부터 그녀를 쫓아다니던 시인 허영이 뒤따른다. 그런데 이들 관계는 모두 순탄치 않은 조건 속에 놓여 있다. 기혼남인 의사 안빈에 대한 사랑이 ‘불륜’이라는 세간의 오해에서 자유롭지 않다면, 허영의 집요한 구애는 순옥이 경멸해마지 않는 동물적인 ‘애욕’에 불과하다. 독실한 안식교 집안에서 성장한 순옥에게 모두 용납되기 어려운 관계들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안빈에 대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원치 않는 허영과의 결혼을 선택해야 하는 기이한 역설의 자리에 순옥을 세운다. 이 조합은 명백히 모순적이며, 따라서 독자는 ‘원치 않는 허영과의 결혼이 안빈에 대한 사랑을 지키는 것과 어떻게 양립 가능한가’라는 의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러한 역설적인 스토리 전개에 대해 이 작품의 감수를 맡은 최주한 서강대 인문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광수가 동우회 회원들과 함께 전향서를 경성지방법원에 제출한 것은 『사랑』 후편의 탈고를 한 달가량 앞둔 무렵의 일이었다. 동년 3월 병보석으로 의전병원에 입원해 있던 안창호의 서거 후 집필에 착수했으니, 『사랑』의 집필 시기는 동우회 사건의 진행과 고스란히 겹치고 있는 셈이다”라고 하면서, “일본어로 쓰인 전향서 「합의」가 총독부 당국을 향한 공식 발언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면, 전작장편 『사랑』은 식민지의 독자, 곧 민족을 향해 은밀한 언어로 쓴 또 하나의 전향서라 할 만하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는 당대 이광수의 행적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파악되는 것으로, 최주한 책임연구원은 “순옥의 수난사와 허영의 죽음, 그리고 순옥이 안빈에게 복귀하는 대단원의 결말은 허영과의 결혼을 선택한 순옥에게 닥칠 미래에 대한 서사적 상상의 산물이다. 이광수는 거기에 동우회 사건으로 전향을 앞둔 자신의 미래를 투사했고, 허영과의 결혼과 더불어 시작된 순옥의 수난이 결국 보다 견고해진 안빈의 공동체로 복귀함으로써 보상받는 결말을 통해 자신의 전향과 공동체의 운명에 명료한 비전을 부여”하고자 했다면서, 이광수의 “전향 곧 ‘제국의 신민’을 자처한다는 것, 『사랑』의 언어로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제국에 귀속됨으로써 ‘민족의 행복과 영예’를 보장받는 길이라기보다, 견고해진 민족공동체로의 복귀라는 보다 은밀한 비전과 더불어 잠시 감수해야 할 자기희생의 길이다”라고 해석한다.

 

등록된 목차가 없습니다

등록된 관련도서가 없습니다